[Travel] 소원을 이루는 마을, 송당리 이야기

TRIP1849
2020-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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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싶은 꿈’의 역사는 아주 오래전(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루스’가 인류 최초의 비행 기록이지 않을까?)부터 이어져 내려왔다. 물론 현대에는 비행체의 도움을 받아 하늘을 날 수 있지만, 인간 스스로 온전히 하늘을 나는 일은 여전히 꿈일 뿐이다.



왜 하늘을 날고 싶은 꿈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이어져 내려오는 것일까? 아마 새로운 무언가에 대한 동경, 특히 새로운 풍경, 새로운 시야를 접했을 때에 느끼는 벅찬 감동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새로운 풍경 중에서도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아무나 보기 힘든 아주 새롭고 값진 경험 이다. 그러기에 많은 사람들은 어떤 방식이든 ‘하늘 위에서 밑을 보는 일’을 자신의 버킷리스트에 적어 놓는다. 하지만 사람은 스스로 날 수도 없고, 매번 과학의 힘을 빌리기도 쉽지 않아 이 욕망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본인의 두 다리로 걸어 올라갈 수 있는 산을 통해 그것을 대신할 뿐이다.



제주도에는 높은 곳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는 환상적인 풍광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많다. 그중에서도 비교적 큰 힘을 들이지 않으면서, 평소 쉽게 볼 수 없었던, 새롭고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오름’은 여행자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오르기에 크게 어렵지 않으면서도 정상에 올랐을 때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야를 만나는 일, 이게 바로 오름의 매력이다.



오름 [명사]  제주지역에 있는 기생화산을 이르는 제주 방언


제주도 동쪽에 위치해 있는 ‘송당마을’은 오름만 18개가 모여 있다. 마을 전체가 오름으로 둘러싸인 듯 고즈넉하고 조용한 (중)산간 마을이다.


<송당마을 전경>


이 마을의 매력 1번은 당연 오름 이다. 5분이면 정상에 도착하는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오름, 천천히 트레킹 하듯 편백나무, 삼나무 숲길을 걷을 수 있는 오름, 정상에서 한라산은 물론 제주 동쪽의 풍광이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오름까지 다양한 오름들이 기다리고 있다.


<당오름 정상 가는 길>


당오름

오름이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이루게 해주는 곳이라면 송당마을엔 개인의 소원을 들어주는 곳 도 있다. 제주도 마을 당신의 원조를 모시고 있는 ‘송당 본향당’ 바로 그곳이다. 사시사철 검푸른 모습으로 입구에서부터 영기를 내뿜으며 음산한 분위기를 내는 곳이지만 제주 여행 중에 들려 소원을 빌어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일 것이다. 당오름은 송당 본향당 입구에 자리하고 있어서 그런지 이름도 분위기도 모두 본향당의 그것을 그대로 가져왔다. 왕복 30분 정도로 짧고 마지막 3분 정도 경사를 제외하면 대체로 완만한 코스인 오름이다. 정상부에도 탁 트인 뷰 없이 음산한 삼나무, 소나무 숲길이 계속 이어진다.


<송당 본향당>


아부오름과 높은오름

송당마을에서 가장 낮은 오름과 높은 오름인 ‘아부오름’과 ‘높은오름’, 난이도 역시 가장 쉬운 오름과 가장 힘든 오름이 될 것이다. 아부오름은 오르기 쉽고 원형 콜로세움 같은 특이한 풍광 때문에 등산 초보자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이곳에선 심지어 웨딩촬영을 하기도 한다. 높은오름은 높이로 보나 올라갔을 때 풍경으로 보나 이 구역의 왕이다. 정상에 가면 한라산부터 성산일출봉, 우도까지 360도 파노라마 뷰가 펼쳐진다. 정상 굼부리를 한 바퀴 도는 것을 포함해 왕복 약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


<아부오름 분화구>


<높은오름 정상에서 본 풍경>


안돌오름과 밧돌오름

안돌오름과 밧돌오름은 서로 맞닿아 있는 형제봉이다. 그럼에도 안돌오름이 훨씬 더 유명한데, 아마 오름 자체보다 안돌오름 근처 비밀스러운 숲길이 유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안돌, 밧돌오름은 온 산이 잔디(?)밭이다. 우거진 나무가 없기 때문에 오르내리는 내내 뻥 뚫린 시야를 자랑한다. 경사는 약간 가파르며 두 오름 왕복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안돌오름 정상에서 본 풍경>


거슨세미오름

거슨세미 오름은 훌륭한 트레킹 코스이다. 완만한 편백나무, 삼나무 숲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덧 정상에 다다른다. 바다가 아닌 한라산 쪽으로 거슬러 흐르는 샘을 품었다 하여 이름이 ‘거슨세미’가 되었다고 한다. 드넓은 송당목장이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는 성산 바다까지 보인다.


<거슨세미오름 정상에서 본 풍경>


작고 조용한 마을인 송당에 여행객들이 찾는 이유는 사실 ‘오름’보다 다른 곳에 있다. 송당 사거리를 지나는 중산간동로(일명 메인스트리트) 양쪽으로 오밀조밀 모여있는 핫플레이스들이 사람들을 송당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유독 제주스러운 마을 길과 그곳에 자리 잡은 아기자기한 가게들을 천천히 둘러보는 재미가 있는 마을 이다. 많은 가게가 생겼음에도 여전히 제주스러움을 지킬 수 있는 건 - 감사하게 - 기존의 모습을 헤치지 않고 이 마을과 어울리는 공간을 만들어 낸 가게 덕분일 것이다.


풍림다방

<풍림 브레붸>


이곳은 많은 사람들이 송당마을을 찾는 이유를 만들어 준 곳이다. “제주에서 즐기는 수준 높은 커피 한 잔”이라는 멘트와 함께 수요미식회에 방영된 후 인기가 많아졌다. 풍림 브레붸와 풍림 더치가 시그니처인 이 카페의 커피에 대해 요리연구가 홍신애는 “거품이 가득한 옛날 비엔나커피 같은 라떼”라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다만 언제나 웨이팅이 있는 곳이라 방문 시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


다품종소량생산


재밌는 이름이 자연스럽게 가게 안으로 이끈다. 이름처럼 꽃, 스테인드글라스, 커피, 소품, 책등 없는 게 없는 곳이다. 주 종목도 자꾸 바뀌니 갈 때마다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송당해장국


감히 마을이름을 거느린 해장국집이다. 고유명사를 따온 식당은 무조건 맛집이지라는 속설이 있지 않던가? 송당해장국 역시 그 속설을 따라간다. 사실 해장국이란 음식은 자극적인 맛이 기본이지만 이곳의 해장국은 국물을 끝까지 먹을 때까지 담백한 맛이 따라온다. 특히 이 식당은 밥이 좋다. 해장국에 말아 먹기를 좋아하지만 송당해장국에서 만큼은 밥에 양보한다.


으뜨미식당

으뜨미식당의 메인 메뉴는 우럭 정식이다. 상당히 실한 우럭 튀김에 단짠맵 양념이 더해져 입맛을 당기는 음식이다. 매운탕도 먹을 수 있으니 생선 요리가 당긴다면 이곳을 방문해보자. 이 식당은 늦게까지 문 여는 곳이 아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면 영업을 종료하는데 이마저도 재료 소진이 되면 더 일찍 문을 닫는다. 


친봉산장


시각과 후각으로 느껴지는 분위기가 마음까지 전해진다. 마치 캐나다 어느 산장에 -가보진 못했지만- 온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장작불 타는 소리를 가만히 듣다 보면 자연스레 상념이 사라진다.


***** 더 많은 스폿은 지도를 참고해주세요.*****



추천코스

송당마을을 제대로 여행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아침 일찍 오름 등반으로 시작하는 걸 추천한다. 아직은 체력이 남아 있을 때니 조금 난이도가 있는 높은오름이나 긴 코스인 거슨세미오름을 선택하면 오름이 주는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오름을 내려와 송당마을을 천천히 거닐며 마을 이곳저곳을 구경하자. 곳곳에서 나는 장작 타는 냄새를 맡으며 마을 안길까지 돌다 보면 제주 산간마을의 정취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송당마을에는 맛있는 식당과 분위기 좋은 카페가 많다. 천천히 식사를 하고, 카페에서 휴식을 하다 해가 질 때쯤 아부오름(3분이면 정상이다.)에 올라가 환상적인 석양을 보고 나면 와인 한 잔이 생각날지도 모른다. 이 마을과 어울리는 조용한 가게에서 와인 한 잔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한다면 송당에서의 완벽한 하루가 완성될 것이다.


글  당근  /  편집  트립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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