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한라산 기행문 - 사라오름편

TRIP1849
201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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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초년생 시절, 사내 등산 동호회를 - 전혀 자발적 의사 없이 - 가입했다.  아니, 가입되어졌다. 직원 간 친목 도모 및 업무능력 향상이란 거창한 목적하에 많게는 한 달에 두 번씩 오름 또는 산을 등반했었다. 그땐 몰랐다. 왜 올라가면 내려와야 하는 산을 가는지, 왜 쉬어야 하는 주말에 힘들게 등산을 하는지, 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취소는 고려도 하지 않고 꼭 산에 오르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아마 내가 등산에 대한 생각을 바꾸기 시작한 건 자연을 조금은 더 좋아하게 되면서부터인 거 같다. 산에 올라가야만 볼 수 있는 풍경, 등반길에 만나는 숲,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가장 먼저 밟고 올라가는 맛을 알게 됐다.



자연을 좋아하면서 등산을 대하는 내 생각이 바뀌었지만 등산은 -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한 시간과 같은 - 또 다른 페이버릿을 만들어 주었다. 산을 오르는 신체적 활동은 그동안 머릿속에 복잡하게 있던 생각들 대신, 목적지가 얼마나 남았는지, 내 무릎이 얼마나 더 중력과 싸울 수 있는지에만 집중하게 한다. 그래서 등산을 하고 난 후 생기는 ‘쓸데없는 생각이 지워지고, 그 틈으로 새로운 생각이 들어가는 현상’을 좋아하게 됐고, 앞으로도 이 활동을 계속하려 한다.



제주도민으로서 제주도에 한라산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산을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혜택이다. 계절마다 전혀 다른 모습, 매번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있는 다양한 코스는 덤이다. 해발 1,950미터의 백록담부터 1,300미터의 어승생악까지의 다양한 등반코스는 등산의 고수는 물론 초보에게까지 쉽게 허락한다.



그중에서도 성판악 등산로를 통해 가는 사라오름은 쉽게 올라갈 수 있으면서 환상적인 풍광을 경험할 수 있는 오름이다. 꼬박 두 시간을 걷다 보면 사라오름 입구가 나온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600미터 정도 남은 정상까지는 상당히 가파른 계단이다. 이미 지친 다리지만 반드시 정상까지 가야 할 이유는 산정호수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 이다. 가파른 계단을 지나 마침내 산정호수를 만나게 되면 누구나 그 자리에 주저앉게 된다. 아마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아름다운 호수를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다 같을 거다.



사라오름은 언제나 갈 수 있는 등산로이지만 개인적으로 비온 후의 사라오름과 눈이 쌓인 사라오름을 추천 한다. 호수 입구에서 정상으로 가는 다리가 잠길만큼 물이 가득차 맨발로 걸어가야 하는 경험과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하얀 산속을 걸어보는 경험은 누군가에게는 인생경험이 될지도 모르겠다.


글  당근  /  편집  트립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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