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모든 리뷰] 물찻오름 가는 길(사려니 숲의 재발견)

여행기획자 양주형
2021-07-08
조회수 906

그럴 때가 있다. 너무 많이 기대했다가 실망한 일. 그리고 아무 기대 없었던 일에 감동받은 일.



자연휴식년제 중(2021년 12월까지지만 연장될 수도 있다.)이라 1년에 갈 수 있는 날과 인원이 정해져 있는 물찻오름.

아무 때나 그리고 아무나 갈 수 없다는 희소성과 습지를 품고 있다는 신비함에 많은 기대를 하게 만드는 오름이다.

올해에도 탐방길이 열렸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탐방 신청을 하고 다녀왔다.



물찻오름은 사려니 숲 중간에 위치해 있어 본격적으로 오름을 오르기 전에 사려니 숲을 먼저 경험하게 된다.

사려니 숲은 제주시 봉개동에서 서귀포시 한남리까지 이어지는 (약 15km) 훌륭한 하이킹 코스이기도 하지만 워낙 유명한 곳이고,

알려질 대로 알려진 곳이라 내 마음속엔 사진 스폿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나는 오늘 멋진 숲을 다녀왔어!’를 알릴 수 있는 사진은 입구에서 충분히 찍을 수 있기 때문에 숲 깊은 곳까지 들어가 본 적도 없다.

이번에도 당연히 큰 기대 없이 물찻오름을 가기 위해서 지나치는 길일뿐이었는데 걸으면 걸을수록 묘하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이게 숲의 매력인가?


걷는 시간 내내 수시로 변하는 울창한 숲과 그곳에서 들리는 다양한 소리,

숲의 짙은 냄새가 익숙해질 때쯤 달콤하게 다가오는 꽃 향(나중에 알아보니 때죽나무에서 피어난 꽃의 향기였다.).

별로 특별하지 않은 지극히 평범한 자연인데 숲이 뿜는 매력, 하이킹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코스였다.

물찻오름을 보기 전부터 이런 감동을 느끼다니 오름의 비경이 더욱 기대된다.



사려니 숲 붉은오름 입구에서 약 1시간 30분 정도(약 5.5km) 하이킹을 즐기다 보면 물찻오름 입구에 도착한다.

(탐방 기간 동안 정해진 시간에 사전에 예약한 인원만 탐방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 맞춰 오름 입구에 도착해야 한다.)

해설사의 설명과 함께 물찻오름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등반길이 만만치 않다.

시작부터 계속되는 오르막이다. 경사도 꽤 가파르다.

하지만 이렇게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된다는 건 정상에 금방 도착할 수 있다는 경험이 있기에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오름 중간 물찻오름 탐방에서 가장 기대했던, 물이 고여있는 비경을 볼 수 있는 곳 또한 또 다른 위안이라고 생각했는데



아? 여기가 맞나?



기대가 너무 컸나? 기대했던 모습과는 너무 다르다.

습지를 볼 수 있도록 조성한 데크 위에서는 이미 우거진 나무에 가려 습지가 보이지 않는다.

물이 고여있는 곳으로 내려갈 수도 없다. 나무 사이사이로 반짝이는 물이 겨우 보일 뿐이다.


아쉬움을 달래고 정상을 향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경사는 계속 이어지지만 오래 걸리진 않았다.

전망대에서는 맨 뒤 한라산과 그 앞으로 몇몇 오름이 보이지만 시야가 제한적이어서 이 또한 아쉬움이 남는다.

사려니 숲의 재발견이 없었다면 많이 실망스러웠을 탐방 길이다.



기대한 곳에서는 실망을 했지만 전혀 기대가 없던 곳에서의 감동. 이런 여행도 나름 재미있는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