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트리의 비밀 (제주 구상나무 이야기)

TRIP1849
2021-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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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나무는 1907년 프랑스인 선교사 포리와 타케 신부에 의해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하지만 이 당시에는 펑범한 분비나무로만 알려졌는데, 1920년 영국의 식물학자 윌슨에 의해 분비나무와는 다른 신종으로 밝혀졌다.


윌슨은 한라산에서 채집한 구상나무를 기본표본으로 미국 하버드 대학교 아놀드 식물원 연구보고 1권 3호에서 [Abies koreana E.H. Wilson]이라는 학명으로 지구상에 유일한 신종으로 발표, 세상에 알리게 되었다. 이후 구상나무의 아름다운 특징에 반한 서구 사람들은 계속 품종 개발을 했고, 현재 크리스마스 트리로 가장 인기 있는 나무가 되었다. 미국 아놀드 식물원에는 1917년 한라산에서 채집한 기준표본의 종자에서 육성된 구상나무가 여전히 자라고 있다.(안타깝게도 크리스마스 트리로 알려진 나무는 제주도에서 넘어간 구상나무를 개량한 나무로, 오히려 로열티를 주고 역수입하고 있다.)


구상나무는 빙하기 때 번성하다가 기온이 상승하면서 고위도 방향으로 후퇴하였는데, 이 때 후퇴하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높은 산을 피난처로 살아남은 북방계 유존식물이다. 제주도의 경우 한라산국립공원, 내륙 지방의 경우 백운산, 지리산국립공원, 무등산국립공원, 영축산, 금월산, 가야산국립공원, 덕유산국립공원, 숙리산국립공원 등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내륙의 산에는 정상부 능선에 소수의 구상나무 개체 혹은 개체군이 자생하고 있고, 이렇게 큰 면적의 구상나무 단일 군락은 세계에서도 한라산이 유일 하다.

성게와 나무의 제주어인 '쿠살'과 '낭'을 합쳐 '쿠살낭'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구상나무라 이름을 지었다는 설이 있다. 구상나무의 잎이 성게가시처럼 생겼다고 제주에서는 쿠살낭이라고 불려왔다.


구상나무는 한국에 분포하는 대표적인 고산성 식물로 서식처가 한정적이고 고립되어 있어 기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미 한라산 구상나무는 생장이 둔화되는 경향이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빠른 속도로 고사되고 있다. 특히 진달래밭 일대의 구상나무는 90% 가량이 이미 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대규모 고사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자연적 영향, 병충해, 급격한 기후 변화 등 복합적 원인이 작용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 구상나무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Led list)에 멸종위기종(EN)으로 분류된 상태로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제주도에서도 다양한 연구와 활동을 통해 구상나무 복원사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고, 오히려 고사는 더욱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부는 구상나무의 개체 수가 절대적으로 적지 않다는 이유로 구상나무를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하지 않고 있으며, 정부 차원의 현황조사도 제대로 시행한 바 없다고 한다. 민간차원에서도 더욱 관심을 가져야할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