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9로드] 제주에서 가장 환상적인 트레킹 <영실 탐방로 편>

TRIP1849
202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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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9 로드 : 한라산 영실 탐방로 편

한라산은 우리나라에서 첫 번째로 등재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다. (유네스코 정식 등재 명칭은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다.)현재는 ‘한국의 갯벌’과 함께 유이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다. 그만큼 한라산은 탁월한 자연환경은 물론 지질학, 생물학적으로 전 지구적 입장에서 보존할만한 가치가 있는 자연으로 인정받았다.

한라산의 탐방로는 정상인 백록담까지 등반 가능한 성판악 탐방로와 관음사 탐방로, 윗세오름까지 갈 수 있는 영실 탐방로, 어리목 탐방로, 돈내코 탐방로가 있으며, 이외에 어승생악 탐방로, 석굴암 탐방로가 있다. 이 중 영실 탐방로는 6km 남짓한 거리에 반나절 등반 코스로 7개의 탐방로 중 가장 환상적인 풍광을 가진 트레킹 코스이다.

봄은 철쭉과 털진달래, 여름엔 푸른 숲, 가을엔 단풍, 겨울엔 눈꽃으로 사계절 중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영실 탐방로는 트레킹 동안 5번 변하는 극적인 장면을 즐길 수 있는 길이다.


소나무 숲길

한라산 영실 탐방로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소나무 숲길이 나온다. 높게 솟은 소나무가 해를 가리고 있는 이 구간은 가파른 등반로가 나오기 전 워밍업하기 좋은 구간이다. 이곳에 있는 소나무는 곰솔, 해송과는 다르며, 두꺼워지기보다 위로 자라는 특징이 있다. 좋은 목재로 알려진 금강송만큼 가치가 있다고 한다.

소나무 숲을 걷다 보면 길 사이로 계곡물이 시원하게 흐른다. 영실의 ‘실’은 골짜기의 옛말로, 언제 가도 계곡 물소리와 새소리가 들리고, 안개도 자주 껴 신령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되는데 신령이 사는 골짜기 ‘영실’이라는 이름에 딱 걸맞다.


영실기암과 병풍바위

소나무 숲길을 빠져나오면 가파른 계단이 나오기 시작한다. 영실 탐방로에서 난도가 가장 높은 구간이지만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기도 하다. 높은 계단을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하늘이 열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눈앞에는 화산이 만들어 낸 기암이 보인다.

백록담에서 분출한 점성이 높은 용암이 이곳으로 흐르며 다양한 모습의 돌을 만들어 냈고, 특히 100미터가 넘는 주상절리 절벽은 마치 병풍을 두른 모습으로 영실 탐방로의 하이라이트 구간이다.

영실기암에는 비가 내린 후 폭포가 만들어진다. 누구에게나 허락되지 않는 이 폭포를 만난다면 이번 산행은 특별한 산행으로 기억될 것이다.


구상나무 숲

영실기암 구간이 끝나면 힘든 구간은 끝났다. 이제부터는 주변을 감상하며 천천히 트레킹하면 된다. 영실 탐방로의 세 번째 구간은 구상나무 숲이다. 구상나무는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고유종으로, 한라산의 구상나무 단일 군락은 전 세계에서 유일한 대규모 군락지이기도 하다.

봄에는 다양한 색의 귀여운 구상나무꽃을 보는 재미가 있고, 겨울에는 눈이 내려앉은 구상나무를 보는 재미가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구상나무는 멸종 위기 관리종이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우리나라의 구상나무를 멸종 위기종으로 식별하였는데 언젠간 사라질지 모르는 이 나무를 보고 있으면 기개 있는 모습과는 달리 어딘가 애잔해 보인다.


선작지왓

구상나무 숲 마지막 구간에 들어서면 웅장한 백록담 봉우리가 멀리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주변은 고산에서 보기 드문 평원이 나타난다. 이곳 선작지왓을 따라 걷다 보면 저 멀리 구름이 깔려 있어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 든다. 

봄철에는 산철쭉과 털진달래가 뒤덮여 장관을 이루는 구간이기도 하다.


돌아오는 길

영실 탐방로로 윗세오름 대피소까지 왔다면 하산하는 코스는 여러 선택지가 있다. 하지만 올라왔던 영실 탐방로로 다시 내려간다면 영실이 주는 마지막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오를 때는 볼 수 없었던 제주의 남쪽 끝과 바다, 그리고 수십 개의 오름이 한눈에 보인다.

유홍준 교수는 “구상나무숲 아래로 푸른 바다가 무한대로 펼쳐지는 눈맛이 장쾌(가슴이 벅차도록 장하고 통쾌하다.)하다.”라면서 이 풍경을 표현하였다. 시원한 경치를 보며 내려오다 보면 어느덧 출발했던 곳으로 도착한다.


한라산 영실을 더 재미있게 여행하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