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모든 리뷰] 제주의 곶자왈

여행기획자 양주형
202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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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주의 관광 자원 중 주목받는 곳이 있다. 이름도 생소한 곶자왈.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원시림 같은 모습에 제주의 자연을 만끽하고 싶은 여행자들의 발길이 이곳으로 이어지고 있다. 곶자왈은 '곶'과 '자왈'의 합성어로 된 고유의 제주어로 곶은 숲을 뜻하며, 자왈은 표준어로 덤불과 비슷한 의미의 말이다. 제주에 곶자왈 지대는 크게 4개 지역으로 구분하며, '한경-안덕 곶자왈 지대', '애월 곶자왈 지대', '조천-함덕 곶자왈 지대', '구좌-성산 곶자왈 지대'로 구분된다.





곶자왈은 용암이 흐르면서 굳은 암괴가 불규칙하게 널리고, 수십 미터씩 쌓여 있는 지대에 숲이 형성된 곳을 말한다. 전 세계에서도 상당히 드문 형태의 자연환경이다. 이 용암지대는 토양이 빈약하고 암반으로 형성되어 있어 상당히 척박한 곳으로 빈약한 토양층은 이곳이 상당히 젊은 용암 지대라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곶자왈 지대는 1만 년 전후의 용암 활동으로 생겨난 것으로 지질학적인 개념으로는 최근까지도 제주에서는 활발한 화산 활동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곳은 토양층이 거의 없으므로 대부분 나무 씨앗은 바위틈이나 심지어 바닥 위에서 발아한다. 따라서 곶자왈의 나무들은 성장 속도가 매우 느리고, 발아한 나무는 대부분 뿌리가 바위 사이로 드러나 있다. 그리고 이 뿌리는 바람에 의해 쓰러지지 않도록 지탱하기 위해 둥글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길고 편평하게 발달한다. 느리지만 척박한 환경에서 기어코 살아나기 위해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곶자왈은 지대가 험하므로 때문에 쓸모없는 땅으로 불렸고, 사람이 살거나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이었기 때문에 사람의 손길에서, 그리고 개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얼마나 험한 지형이었냐면 제주 속담에 잘 표현됐다. “하영 먹젠 산드레 올르민 섬피자왈에 발 걸령 유울엉 죽나.” (많이 먹으려고 산으로 오르면 덤불에 발 걸려서 이울어서 죽는다.)그래서 울창한 숲이 되었고, 이제는 보존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숲이다. 현재 제주도에 존재하는 곶자왈 면적은 제주도 전체 면적의 5.5%를 차지하고, 우리에게 지하수 공급, 이산화탄소 흡수 등의 소중한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곶자왈 지대도 점점 개발의 논리에 사라지고 있다. 곶자왈의 가치를 알기 전 골프장, 대형 테마파크 등 개발로 이미 많은 곶자왈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더 이상 곶자왈 훼손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어 체계적인 보존과 관리가 필요해졌고, 체계적인 보존과 관리를 위해 공원으로 만들어 관리하는 곳이 생겨난다.





그 중 대표적인 곶자왈 공원은 선흘리 동백동산과 안덕면 제주 곶자왈 도립공원이다. 동백동산은 제주의 동쪽 마을 선흘리에서도 동편에 면적 1,434,784제곱킬로미터가 기념물로 지정된 곶자왈 지대다. 원래 동백나무가 많다고 하여 동백동산이라는 이름이 붙어졌다. 동백동산 곶자왈은 해발 454m인 서거문이오름에서 폭발한 용암이 알밤오름과 북오름 사이를 지나 이곳까지 흐르며 곶자왈 지대를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생물과 원시림에 가까운 모습과 특히 전 세계에서 중요성을 인정받아 보호하고 있는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먼물깍’이 있어 더욱 보존해야 할 자연환경이다.





제주 곶자왈 도립공원은 제주의 서쪽 지역 대표적인 곶자왈 지대에 생태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총면적 1,546,757제곱미터로 엄청난 규모의 곶자왈 숲을 편안히 탐방할 수 있도록 조성된 곳이다. 근처에 있는 도너리오름에서 분출한 용암이 흘러 형성된 곶자왈로 알려져 있다. 곶자왈 도립공원은 총 다섯 개의 코스로 만들어져 있다. 전체 코스를 둘러볼 수도, 시간과 체력에 맞춰 원하는 코스를 선택한 후 탐방할 수도 있다. 가장 짧은 코스가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데, 입구에서 이어지는 테우리길을 제외하고 험한 곶자왈 지형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곶자왈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구별 없이 언제나 초록이다. 곶자왈에는 난대림과 온대림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숲을 형성하고 있으며, 식물 종의 다양성이 높은 곳이다. 특히 북방계와 남방계 식물이 공존한 독특한 숲이다. 제주의 곶자왈은 원시림처럼 보이지만 사실 수백 년 동안 방목을 위해 불을 놓거나 벌채되어 온 이차림에 속한다. 곶자왈 지대에 현재까지 남아 있는 숯터의 규모를 보거나 인근 주민들의 증언에 의하면 당시 곶자왈에서 대대적으로 숯이 만들어졌다고 추정되고 있으며, 기록에 따르면 최대 연간 800톤까지 생산했다고 한다. 더욱이 양질의 숯을 위해 30~40년 주기로 정기적으로 나무를 벌채해야 했을 것이다. 제주 사람들은 이곳의 나무로 숯을 만들어 연료로 쓰기도 했지만, 경제 생활을 위해서 숯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곶자왈 내에 숯을 만들었던 터가 여러 군데 남아 있는데, 재밌는 사실은 그 당시에도 곶자왈의 나무로 숯을 만드는 건 불법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무를 태울 때 연기를 감추기 위해 흐린 날 몰래 숯을 만들었다고 한다. 곶자왈의 나무 형태를 살펴보면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곶자왈 숲에서는 아름드리나무는 거의 보이지 않고, 밑동에서부터 여러 갈래의 줄기가 뻗어나가는 맹아가 발달한 나무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맹아는 대규모 벌채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흔적이다. 특히 소나무처럼 맹아력이 약한 나무 대신 맹아력이 뛰어난 상록성 식물, 녹나뭇과 식물과 때죽나무, 팽나무 등 일부 낙엽활엽수만이 선택적으로 살아남을 수밖에 없어 지금의 곶자왈 식생이 구성된 것으로 보인다. 1980년대 초반 이후 연탄과 석유와 같은 새로운 화석 연료로 대체되고, 숯의 경제성이 떨어져 곶자왈의 벌목은 멈추게 되었다. 그 이후 형성된 모습이 지금의 곶자왈이다.







현재의 곶자왈 숲은 트레킹할 수 있는 길을 잘 만들어 놨지만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가 걸을 수 있는 길 없이 그냥 우거진 숲이라면 과연 이곳에 들어올 생각을 했을지. 예로부터 워낙 험한 지역이라 사람이 발길이 드물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아예 이곳에 오지 않았던 건 아니다. 다양하고 많은 나무가 있기에 이곳의 나무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땔감, 농기구, 어구, 마차, 가구, 집을 지을 때도 곶자왈의 나무를 이용하기 위해 이곳에 들어왔다고 한다. 나무를 이용하는 것 외에도 옹기를 만들거나 열매 채취, 사냥 등을 위해서도 곶자왈을 이용했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이 숲은 단순히 지질학적, 생태학적인 공간이 아닌 제주인의 삶이 녹아져 있는 그런 숲이다. 지금은 관광 자원으로서, 보존해야 할 자연환경으로서 곶자왈 숲이 인식되고, 활용하고 있지만, 제주 사람에게 곶자왈은 분명 숲 이상의 공간이고, 자체로 문화이자 이야기를 간직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