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모든 리뷰] 저지오름

여행기획자 양주형
2023-01-03
조회수 265

제주의 ‘오름’이라면 소박하지만 담백한 제주만의 풍경을 담은 작은 산이 생각나겠지만 360여 개의 오름은 모두 각개의 용암 분출로 모두 다른 모습을 가졌다. 그림같이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오름도 있지만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원형 그대로를 만날 수 있는 오름도 있다.

한경면 저지리에 있는 저지오름은 이름이 말해주듯 저지 마을에서 절대적인 존재감을 자랑한다. 사실 저지오름이란 호칭은 마을 이름이 ‘저지’로 되면서부터 생긴 한자명이다. 저지의 옛 이름이 ‘닥모루(닥몰)’이라 이 오름은 닥몰오름이라 불렸는데, 지명이 한자 이름으로 바뀌자 오름 이름도 바꿔 불리고 있다. 저지오름은 해발고도 239미터, 비고 100미터의 꽤 큰 규모의 오름이다.

입구부터 중간중간 오르막을 빼면 편안한 숲길을 트레킹하게 된다. 다양한 종류의 나무가 서로 얽히고 공존하며 자라나고 있는 모습을 보며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오름이다. 탐방로는 오름을 빙 둘러 이어지는데 이국적인 풍경 대신 날것 그대로의 자연을 보여준다. 시야가 뻥 뚫려 사진 스폿으로 유명한 오름들과 비교된다.

저지오름의 진면목은 분화구 내부에서 느낄 수 있다. 정상에서 나무 계단을 통해 내려가는데 상당히 가파른 계단이 분화구의 깊숙한 곳까지 이어져 있다. 저지오름의 분화구는 둘레 800미터, 깊이 62미터인데 성산일출봉 분화구의 둘레가 600미터 정도인 걸 고려하면 저지오름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계단의 끝에서 오랜 시간 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듯 원시림 형태의 분화구 내부를 볼 수 있다.

기원전 25~20만 년 전 폭발에 의해 형성된 분화구의 규모에 당시 폭발하는 화산이 상상되며 압도된다. 과거 수십 년 전 분화구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유채, 보리, 감자 등과 같은 작물을 재배한 것으로 알려지는데, 더 이상 사람의 발길은 이어지지 않고, 해송, 상산 등 70과 220여 종의 식물만 자라고 있을 뿐이다.


아쉽지만 출입 통제로 전망대는 갈 수 없었다. 정상 전망대에서는 막힘 없이 주변 풍경을 내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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