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모든 리뷰] 세계자연유산 시리즈 - 만장굴

여행기획자 양주형
2022-12-06
조회수 169

제주 화산섬의 가치는 2002년, 2007년, 2010년에 각각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되면서 비로소 널리 알려졌다. 지질 여행은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알면 알수록 신비한 제주에 빠져들게 만든다.

일반인에게 공개된 만장굴 제2 입구

제주도에는 170여 개의 용암동굴이 있다. 천연기념물 제98호 만장굴은 인근에 있는 여러 용암 동굴과 함께 거문오름에서 분출한 용암에 의해 형성된 동굴로서, ‘거문오름용암동굴계’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검문오름용암동굴계 분포도, 출처 - 세계자연유산센터

거문오름동굴계는 거문오름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분출된 용암이 경사를 따라 약 14km 떨어진 월정리 해안까지 흘러가면서 형성된 용암 동굴군을 말한다. 거문오름 화산체에서 분출된 용암은 1,200도에 이르는 점성이 낮은 용암이었다. 이 용암은 땅 위를 흐르다 바깥 공기와 만난 용암의 표면이 굳어져 용암 지붕을 만든 후 용암 지붕 아래로 흐르는 용암이 다 빠져나가고 나면서 용암 동굴이 만들어졌다. 거문오름을 비롯한 벵뒤굴, 웃산전굴, 북오름굴, 대림굴, 만장굴, 김녕굴, 용천동굴, 당처물동굴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만장굴에서 볼 수 있는 용암 동굴 큐폴라 구조

만장굴은 우리나라 천연 동굴 가운데 최초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굴이다. 1962년 인근 김녕굴과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만장굴은 총길이 7.4km, 주 통로 18m, 높이 23m로 엄청난 규모의 용암 동굴이다. 만장굴의 규모를 보면 용암의 양이 얼마나 많았는지 상상조차 힘들다. 엄청난 폭발과 함께 많은 양의 용암이 흘러내렸고, 한 차례가 아닌 수차례에 걸친 용암 분출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만장굴에서 볼 수 있는 용암 유선과 용암 선반 구조

만장굴 내부에는 용암 동굴에서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구조를 모두 살펴볼 수 있다. 동굴 벽 양쪽을 보면 용암이 흐른 자국인 용암 유선이 여러 층으로 선명하게 보인다. 용암 유선은 용암이 흘러간 방향과 높이를 확인해주는 흔적이다.

만장굴의 용암 종유

동굴의 대표적인 형태로는 석회동굴과 용암동굴이 있다. 석회 동굴은 석회암 지대에서 지하수가 석회암을 녹여서 생긴 동굴이고, 용암동굴은 말 그대로 현무암질 용암이 흐르고 지나가는 과정에서 생긴 동굴인데, 석회동굴에 가면 종유석을 쉽게 볼 수 있지만 용암 동굴은 윤곽이 드러난 종유석을 보기가 쉽지 않다. 석회동굴은 오랜 시간 동굴에 지하수가 떨어지면서 종유석이 자라지만 용암 동굴은 단단한 현무암이 굳어졌기 때문에 종유석을 보기가 어렵다. 하지만 만장굴에서는 작지만 뚜렷한 형태의 ‘용암 종유’를 볼 수 있다. 동굴 내부의 뜨거운 열기로 천장과 벽이 녹으면서 만들어진 구조이다.

용암이 흐르다 발가락처럼 여러 갈래로 굳어진 '용암발가락' 구조

만장굴에 들어가면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천장에서 물방울이 자꾸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동굴 천장에 보이는 절리 구조 틈으로 스며든 물방울이 떨어지는 것인데, 이 떨어지는 물방울로 빗물이 지하로 스며드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만장굴의 용암 석주

만장굴에는 세계적인 규모의 용암 석주도 볼 수 있다. 높이 7.6m의 용암 석주는 만장굴이 형성되고 시간이 지난 후 새로 분출한 용암류가 지표면을 흐르다가 만장굴 천장에 뚫린 구멍으로 용암이 쏟아지다 굳어 생긴 것이다. 쏟아지는 용암은 동굴 바닥을 따라 흘러가다 여러 가지 모양으로 굳기도 하는데, 얼마나 많은 용암이 천장을 뚫고 내렸는지 용암 석주에서 꽤 떨어진 곳까지 흐른 흔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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